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예술감독 다비트 라일란트)가 정기연주회 ‘베르디, 레퀴엠’을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무대에 올린다. 지난 2월 선보인 베토벤 교향곡 9번이 전한 ‘화합’의 메시지에 이어, 베르디 특유의 오페라적 색채가 담긴 진혼곡을 통해 ‘안식’의 메시지를 전하고자 한다.

‘나부코’, ‘라 트라비아타’ 등 오페라 명작들을 남긴 베르디의 레퀴엠은 모차르트에 이어 낭만시대 가장 극적인 진혼곡이자 베르디의 오페라적 특징이 잘 드러난 ‘합창음악’으로 손꼽힌다. 레퀴엠은 일반적으로 가톨릭 전례에 따라 총 7~8개의 악장으로 돼 있으나, 베르디는 이를 확장해 총 10개의 세부 악장을 도입해 극적인 연출을 자아낸다. 베르디의 2악장 ‘속송’ 중 첫 번째 곡인 ‘진노의 날’(Dies irae)은 그중에서도 가장 유명하다. 세상의 마지막 때 예수 그리스도가 강림해 죄를 심판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어, 베르디는 폭발적인 관현악과 합창의 음향적 효과로 ‘최후의 날’에 대한 공포를 충격적인 방법으로 담아낸다. 베르디의 ‘아틸라’를 한국 초연한 바 있는 국립심포니의 연주를 통해, 전통적인 오페라와는 다른 베르디만의 극적인 대비가 더욱 선명하게 드러날 예정이다.

지휘자 로베르토 아바도와의 호흡도 큰 기대를 안긴다. 지난 2023년 벨리니 오페라 ‘노르마’를 통해 국립심포니와 첫 무대를 맞춘 그는 ‘압도적인 무대’라는 평을 받으며 주목을 받았다. 특히 로베르토는 클라우디오 아바도의 조카로, 이탈리아 명문 음악가 가문에서 태어나 이탈리아 오페라의 전통을 계승해 베르디 페스티벌, 로시니 페스티벌 등에서 활약해 왔다. 완벽주의 성향으로도 잘 알려진 그의 베르디 해석에 다시 한번 귀추가 주목된다.

솔리스트로는 카롤리나 로페스 모레노(소프라노), 김정미(메조소프라노), 안토니오 폴리(테너), 박재성(베이스)이 함께 무대에 오르며, 국립합창단과 위너오페라합창단이 참여한다.